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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보나르의 <욕조 속의 나부>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0일
↑↑ 최 영 달
전 경주미협지부장
전 경북창작미술협회장
ⓒ 서라벌신문
이 그림은 타일로 된 욕실의 욕조에 그의 부인 마르토가 누워있고 앞엔 개가 한 마리 앉아있는, 단순한 소재이지만 무려 4년에 걸쳐 그린 그림이다. 특징은 인체가 전혀 입체적이지 않다는 점과 다양한 색을 명도를 달리하여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벽과 바닥의 타일이 크고 작은 색면들로 묘사되어 있는데, 보나르는 그림을 그릴 때 대상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색들의 조화에 더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이 욕실의 바닥은 파란색 타일이고 벽은 흰색 타일이었으며 욕조색은 하얀색이었다고 하는데 보나르는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였다. 그것은 “평면을 색채로 메워 갈 때에는 그 색의 유희를 무한하게 경신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감동이 요구하는 바에 의해 끊임없이 색채와 형태의 새로운 꿰어맞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전혀 다른 욕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건 앞에 그려진 개 한 마리다. 이 개는 네모난 밝은 색 타일(타올?)위에 앉아 있어 돋보인다. 왼쪽엔 창이 있어 욕실로 빛이 들어와 실내를 안온하게 물들이고 있다. 이 그림은 71세에 그리기 시작하여 74세에 완성하는데 이때 마르토의 나이는 69세에서 72세였다. 그러나 그림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 눈을 의심케 한다. 마르토는 좀 특이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보나르가 처음 마르토를 만난 것은 26세 때였는데 그때 마르토는 실제보다 8살이나 낮추어 16세라고 했다고 한다. 이름도 마르토 드 멜라니라고 소개했지만 32년이 지나 결혼을 하면서 본명이 아니라는 게(이름 가운데 ‘드’가 들어가면 고상하게 인식되었다고 함) 밝혀질 정도로 그녀는 자신에 대해 늘 감추는 버릇이 있었고, 자신이 꾸민 상상의 세계에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결벽증, 망상증, 강박증, 신경쇠약 등에 시달렸는데 목욕을 자주, 오래 하는 것도 결벽증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나르에겐 좋은 누드화를 그리는데 도움이 되었기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나르는 1925년~1941년까지 16년간 <욕조 속의 나부>연작을 그렸으며 이 그림을 시작하기 1년 전 1937년에 이 그림과 매우 비슷한 그림(강아지와 탁자만 없을 뿐)을 완성하였는데 그때 “이젠 이렇게 어려운 모티브는 그리지 않겠다. 아무래도 바라는 것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벌써 반년이나 걸려 그리고 있는데도 아직 몇 달이 더 걸릴지...”라고 푸념을 늘어놓고는 그 다음해에 이 그림을 시작한 걸 보면 마르토는 보나르에게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여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르토에 대해 좀 더 소개하면 “그녀는 한 마리 새와 같았다. 놀란듯한 표정, 물에 몸을 담그기를 좋아하는 취향, 날개가 달린 것처럼 사뿐사뿐한 거동...”(보나르의 친구가 한 말) “그녀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손길로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비누 거품을 바르고 몸을 문지르고 마사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마르토 지인의 말) “연약하고 신경질적인 여인이었다”는 등의 기록이 있다. 또 의심증까지 있어서 보나르가 외출해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의구심을 품었기에, 친구를 만날 때는 강아지를 산책시킨다는 핑계로 집을 나가 동네 까페에서 몰래 만났다고 한다. 농담으로 이 그림 맨 앞에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 개가 그 강아지가 아닐까? 이렇게 자세히 그녀를 소개해 드리는 까닭은 그녀가 보나르의 그림 가운데 380여점이나 되는 많은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어 오늘날 우리들에게 아름다움으로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보나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가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참고로 그녀는 처음 만날 당시 장례용 조화를 만드는 가게에서 일했다고 함) 교제했으며 보나르 부모의 반대를 피해 혼인신고도 32년이나 미룬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완성된 지 1년 후인 1942년 결핵성 후두염으로 73세에 죽자 보나르는 그녀의 침실 문을 잠그고 다시는 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은 하얀 백발로 변해 버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5년 후 그의 생명도 쇠잔하여 시들고 말았다. “노래하고 있는 자, 반드시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부인이 떠난 후 수첩에 남긴 글이다.
참고로 보나르가 그린 마르토의 얼굴을 소개한다.
↑↑ 욕조 속의 나부
ⓒ 서라벌신문
↑↑ 마르토
ⓒ 서라벌신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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